멘토들의 방(사라지기 전 박제)/부동산 고수들

회사 생활은 젖은 낙엽 정신으로 by 숙주나물

삼백 2023. 4. 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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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 젖은 낙엽 정신에 대해 느끼는 바가 크다.

자신이 돈 벌고 있는 것을 티내서는 안되고 회사에서는 오히려 불쌍한 척 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누군가 알아봤자 부정적인 피드백과 방해공작만 커질테니 말이다.

 


작년 6월을 끝으로 15년간의 회사 생활을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

회사를 다니면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집을 하나 둘 사모으면서 무심코 친한 동료 직원에게 집을 샀다고 자랑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차.. 그게 실수였습니다. 입이 근질 거렸던 게 화근이었죠.

질투가 섞인 어색한 공기의 흐름과

퇴사를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의심의 눈초리..

이러한 업무 외 사적인 것들로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지게되자 회사 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업무의 작은 실수도,

야근을 안 하는 것도,

모두가

업무 외 적인 일에 몰두하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적인 전화(부동산) 받는 일도 매우 눈치가 보였죠.

"저 친구 부동산에 정신 팔려서는..."

직장 상사들이 봤을 때 결코 좋게 보일 리 없습니다.

집 샀다는 말을 한 것이 후회가 막심했고, 수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기억이 납니다.

어떤 수습을 했냐면,

아파트가 아닌 허름한 빌라를 뭣도 모르고 몇 채를 산 것이고, 물이 새는 빌라를 잘 못 사서 결국은 손해 보고 다 정리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실제로 거주하는 빌라 외벽에 누수가 있기도 했고요)

투자하는 족족 웃으며 실패한다는 이야기를 하니 (실제로 실패도 많았습니다) 분위기는 좋아졌습니다. 불쌍해 보였는지 제 어깨를 토닥이며 음료수도 잘 사주셨죠.

저는 부동산에 일절 관심 없는 사람으로 세팅을 했습니다.

실제로는 미친 듯이 투자하고, 1년마다 이사 다녔는데 말이죠. 이사를 할 때도 일절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그래픽 팀장님이랑 지하철이 끊긴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했습니다.

택시를 부를 생각으로 퇴근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팀장님이 본인 차로 같이 가자고 하는 겁니다. 어차피 같은 방향이니 태워주겠다면서요.

'헐.. 어라? 나 이사 갔는데..'

새벽을 향해가는 늦은 시간에 핑곗거리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서 실제 거주하는 집이랑 정반대 방향으로 팀장님이랑 같이 갔습니다. 신나게 수다 떨면서요.

그러고는 다시 택시를 불러서 집으로 갔었죠.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겠지만,

저의 회사 생활 포지션은 이랬습니다.

"쟤 불쌍한 녀석이야.. 좀 챙겨주자"

이런 느낌으로 다니는 걸 추구했습니다. 그 결과 이직이 잦은 게임 회사에서 연봉도 꾸준하게 올리면서 7년 이상 다녔습니다.

 

제가 컴투스에 다녔는데,

컴투스 평균 근속연수가 3년 2개월인 것에 비교하면

7년이면 꽤 오래 다닌 셈입니다.

 

연봉도 평균 보다 높았고요.

......

개발한 게임이 대박 나다 보니,

유능한 인재들이 팀에 유입이 많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새롭게 입사한 직원들과 저의 그림 실력은 비교가 됐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저는 자르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안 자르자니 연봉은 높은 애매한 직원이 됐습니다.

그저 적당한 실력에 나이는 많은데 연봉까지 높은 계륵 같은 직원일 뿐이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저의 선택은 2가지였습니다.

1. ㅈ나 야근하고, 집에서도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려서 그림 실력을 더 키우자. 대신 부동산 투자는 포기..

2. 부동산 투자를 하고, 회사는 어떻게든 버티자. 버티면 어찌 됐든 월급은 나온다.

1번은 솔직히 자신도 없었고, 부동산 투자를 포기하는 것도 용납이 안됐습니다. 이미 벌려놓은 것도 많기도 했고요.

그림을 아무리 열심히 그려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연봉 3%.. 더 받는 정도였죠.

그리고 그림쟁이의 미래도 암울했고요.

그림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사례도 잘 없죠.

아무리 잘 그려도 부자는 못 되는 게 그림쟁이의 운명일 뿐..

그저 경쟁에서 밀리면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파리 목숨일 뿐이었습니다. 경쟁에서 이겨도 현상 유지일 뿐이죠.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것은 2번이었습니다.

2. 부동산 투자를 하고, 회사는 어떻게든 버티자. 버티면 어찌 됐든 월급은 나온다.

그리고 직장 상사와 더욱 친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워낙 좋으신 분이시라 친해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팀장님과 팀에서 가장 친한 사이가 될 정도로 가까워졌습니다. 인간적으로도 매우 좋아하고, 따뜻한 분이시라 지금도 많이 생각나는 분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젖은 낙엽 정신으로 저는 순탄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다들 티타임 가질 때

저는 중개사님들과 통화를 했으며,

점심시간에 다들 게임할 때

저는 경제 유튜브를 보고,

3~4시쯤,

혼자 밖에 나가서 블로그 포스팅을 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강의 준비를 했습니다.

주말에는 임장을 갔죠.

이런 회사 생활을 4년을 더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퇴사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언젠가는 해야 할 퇴사인데,

"결심할 때 하자."

 

이렇게 마음먹었습니다.

퇴사하려고 말씀을 드리니,

그래픽 팀장님,

총괄 팀장님,

그리고 이사님까지

차례대로 퇴사 상담을 3차례 했습니다.

다들 하나같이 묻는 말이,

"퇴사하면 뭐 할 거야?"

"카페 도전해보려고요"

"쉽지 않을 텐데.. 카페 오픈하면 연락해. 꼭 갈게"

.....

카페 오픈하면 꼭 연락하라고 했는데,

오픈 하긴 했는데..

네이버 카페라..

아직까지 연락 못 하고 있습니다.

........

결론.

회사에서는 자본주의 마인드를 탑재한 것을 절대 들키지 말라. 집 샀다는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

당신이 다른 부류라는 게 인식되는 순간 경계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직장 동료랑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

특히 직장 상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 동료에게도 정성을 쏟아야겠지만, 더욱 정성을 쏟아야 할 것은 나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직장 상사다.

직장 내에서 탑티어 찍을 건지,

아니면 젖은 낙엽 정신으로 있는 듯 없는 듯 오랫동안 다닐 건지

방향성을 설정하자.

 

젖은 낙엽 정신은 한 마디로 약간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다.

장점은 주변에서 잘 챙겨주고, 측은하게 여겨서 길게 끌고 가려는 의지를 심어줄 수 있다.

"저 친구 내가 챙겨줘야지, 누가 챙겨.. "

뭐, 이런 거.

물론 업무 능력은 최소한 평균은 해야 한다. 이것은 기본이다.

이런 포지션이면 연봉도 잘 오르고,

회사 생활 만족도 역시 크다.

그리고

회사에서 자아를 실현하려고 하지 말라.

자아실현은 회사 밖에서 해도 된다.

끝으로

회사 생활 순탄하게 잘 하고 싶다면,

누구보다 예의 바르게 인사를 잘하라.

 

출처 : https://blog.naver.com/ihappy0304/222229766977

 

회사 생활은 젖은 낙엽 정신으로

작년 6월을 끝으로 15년간의 회사 생활을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 회사를 다니면서 부동산 투자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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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나물님의 글입니다.

 

몇몇 분들은 제가 자본주의 마인드를 어느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자세히는 아니지만 집에 관심 있고 주식을 좋아한다는 정도요.

 

가끔 대화를 하다보면 어쩔수 없이 불쑥 그런 속마음이 튀어나오긴 하는데 조심하려 합니다.

그리고 숙주나물님 말씀하셨듯이 최소 평타는 해야 합니다.

 

자기 몫은 해야지 그래도 사람대접 받고 나름 회사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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