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은 이미 지워졌지만 내가 저장해 놓은 덕분에 다시 이렇게 심폐소생술을 시킨다.
다시 읽어봤지만 역시 너무 좋은 교훈을 남겨준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매우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모든 글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에 현인들의 글들은 당신에게 좋은 인사이트가 될 것이다.
이 페이지를 방문한 당신은 행운아다.
예일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인 존 바그(John Bargh)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여러 가지 판단과 의견·태도·행동·인상·감정이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연구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의 연구에서 가장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었던 실험을 살펴보자.
존 바그는 뉴욕대학교의 학생 30명에게 단어 몇 개를 무작위로 섞은 세트를 나누어 주고 그 단어들로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보라는 과제를 주었다.
A 그룹의 학생들은 ‘근심하는, 늙은, 회색의, 감상적인, 현명한, 은퇴한, 주름진, 빙고게임’ 등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노인 묘사와 관련된 단어 세트를 받았다. 그렇지만 이 단어 세트에는 ‘느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그 어떤 단어도 포함되지 않았다. B그룹의 학생들은 ‘목마른, 깨끗한, 개인적인’ 등 노인과 특별한 연관이 없는 단어 세트를 받았다.
학생들은 이것이 언어 유창성에 대한 실험인 줄 알고 있었다. 이윽고 무작위 단어 세트로 문장을 만드는 실험이 끝났다.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참여해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한 뒤 엘리베이터가 있는 복도로 안내했다. 그런데 진짜 실험은 지금부터였다.
연구팀은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실험실 문을 나와 약 10m가 떨어진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노인과 관련된 단어 세트를 사용해서 문장을 만들 었던 A그룹의 학생들이, 다른 단어 세트를 사용했던 B그룹의 학생들보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는 데 시간이 평균 15%정도 더 걸렸다. 두 그룹 모두 자신들이 받았던 단어 세트가 속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 실험은 KBS 다큐멘터리 「마음」에서도 똑같이 실시되었 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 실험 결과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A그룹의 학생들은 주어진 단어들을 보며 이것이 노인과 관계된 것이라는 일종의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인식했고, ‘노인은 천천히 걷는다’는 기존의 인식에 이 패턴을 연결시킨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걷는다’는 개념을 자신도 모르게 행동에 적용 했다. 이러한 현상을 ‘점화효과(Priming Effect)’라고 한다. 점화효과는 우리가 읽거나 보았던 단어 또는 정보가 생각이나 행동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는것을 말한다.

그런데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 모든 과정이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존 바그는 실험을 마친 뒤에 실험 참가자들에 게 “단어 세트를 보고 노인과 관련이 있는지 알았냐?”고 질문을 했다. 그들은 이 단어들이 노인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문장 구성과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무엇인가를 읽었고, 그 내용이 행동에 변화를 초래했으나, 그들은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보고 듣고 읽는 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들이 나도 모르게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데도 그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간과할 때가 있다.
좀 더 도발적인 실험을 보자. 앞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A 그룹에게는 돈이 연상되는 단어들을 보여주고, B그룹에게는 돈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들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 두그룹을 관찰했다. 그런데 이 실험의 결과는 씁쓸했다.
‘돈’이라는 단어에 점화된 참가자들은 매우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이들은 실험과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실제는 모르는 척하는 배우)을 돕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다른 그룹보다 주저하고 망설였다. 다른 참가자가 연필 한 묶음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도, 돈으로 점화된 참가자들은 연필을 주워 올려주는 개수가 다른 그룹보다 적었다. 또한 이 들은 다른 그룹보다 개인주의적인 행동을 더 많이 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또 다른 사람과 안면을 트기 위해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 사람을 불러 오겠으니 의자 2개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고는 나갔다. 이때 다른 그룹들은 의자 간격을 평균 80cm 정도 벌려 놓았지만, 돈에 점화된 참가자들은 의자 사이를 평균적으로 118cm 나 떨어뜨려 놓았다.
결국 돈에 점화된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간섭이나 요구를 수용하기 꺼리고 이기적이며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더 강해졌다. 물론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구나 최소한 남을 배려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점화효과는 지속적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매일 보고 읽고 듣는 것이 돈에 관한 생각을 점화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기는 힘들 것이다. 만약 당신이 어떤 철학이나 관념 혹은 세계관에 계속 점화가 된다면, 그것은 일시 적인것이 아니라 당신 그 자체가 될 것이다.
독일의 대문호 마틴 발저(Martin Walser)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지만, 현대의 연구결과는 이 명언의 의미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단순히 책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고 읽고 듣는 것들은 행동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러한 점화효과를 인식하기란 쉽지가 않다. 우리가 그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계와 반성을 할 수가 없어 진다.
결국 ‘무엇을 읽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들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 곧 ‘내가 어떠한 사람이 되는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읽고 보고 들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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